과연 이항모형은 아메리칸 옵션을 구현할 수 있는가(feat. CRR 논문)
나의 지식의 모자람으로 인하여 해결되지 않는 큰 궁금증이 생겼다. 우리는 이항모형이 만기 이전에 옵션행사가 가능한 아메리칸 옵션을 구현할 수 있는 모형이라고 큰 의심없이 믿고 있으며, 대부분의 교과서에도 그렇게 기술되어 있다. 그리하여 일반적으로 특정시점의 아메리칸옵션의 가치를 계산할 때 Max[①S - K, ②(p * Cu + (1 - p) * Cd)/(1 + Rf)]의 방식으로 계산한다. 말로 풀어쓰면 특정시점의 아메리칸 옵션의 가치는 ①옵션 행사시 기대값과 ②보유시 기대값의 현재가치 중 큰 값이라는 것이다. 언뜻 봐서는 너무나 명확해서 반론하기 어려운 식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내가 밥벌이하는 과정에서 옵션평가를 여러번 수행한 경험상으로는 행사기간중에 행사가격이 변동하지 않는 기본적인 아메리칸 옵션(분리형 워런트나 스톡옵션 등)의 경우에는 행사기간 중에 ①행사시 기대값이 ②보유시 기대값보다 높은 경우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행사가격이 변동하는(정확히 말하면 옵션행사와 trade-off되는 행사시점의 채권가치가 변동하는 비분리형 전환사채 등) TFH 모형 같은 경우에는 옵션 ①행사시 기대값이 ②보유시 기대값보다 높은 경우가 발생하여 만기이전에 옵션이 행사되는 경우가 발생하므로 이번 글에서는 논외로 한다.
이러한 의구심을 더 키우는 것은 이항모형으로 옵션을 평가하는 방식을 제안한 Cos Ross Rubinstein의 Option Pricing 논문의 원문에 기재된 내용이다. 해당 논문에는 1기간 콜옵션의 현재가치를 다음과 같이 표시하고 있다.
C = [p * Cu + (1 - p) * Cd] / r
C는 콜옵션의 현재가치, p는 위험중립확률, Cu는 1기간 뒤 주가상승시 콜옵션가치, (1 - p)는 주가하락확률, Cd는 1기간 뒤 주가하락시 콜옵션가치, r은 (1+무위험이자율)을 의미한다. 그리고 위 산식의 바로 아랫 줄에 너무도 명확하게 아래와 같이 기술하고 있다.
It is easy to see that in the present case, with no dividends, this will always be greater than S - K as long as the interest rate is positive.
해석하자면 배당이 없고 금리가 양수라면 콜옵션의 가치는 모든 경우에 S - K 보다 크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정확히는 내가) 너무도 당연한게 생각했던 아메리칸 콜옵션의 산식인 C = Max[①S - K, ②(p * Cu + (1 - p) * Cd)/(1 + Rf)]에서 ①의 경우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①의 경우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결국 아메리칸 콜옵션의 현재가치는 만기시점 콜옵션 행사 기대가치의 현재가치가 되는 것이다. 이는 유러피언 콜옵션의 가치와 다르지 않다.
논문에서는 현실적인 모든 경우(무위험이자율이 0보다 크고, u > r > d인 상황)에서 콜옵션의 현재가치가 S - K 보다 크다는 것을 아래와 같이 증명하고 있다.
첫번째 경우는 uS가 K보다 작거나 같은 경우로서,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에도 행사가격보다 주가가 낮으므로 콜옵션의 가치는 0이고 S - K는 음수이므로 C > S - K가 성립한다.
두번째 경우는 dS가 K보다 크거나 같은 경우로서,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에도 행사가격보다 주가가 높으므로 콜옵션의 가치는 S - (K/r)이며 r은 1 + Rf를 의미하므로 C = S - (K/r) > S - K가 성립한다.
세번째 경우는 uS > K > dS인 경우로서 이 때 C = p(uS - K)/r이 성립한다(Cu > 0이며, Cd = 0이므로 C는 Cu에 위험중립확률과 무위험이자율로 할인한 현재가치임). 이 때도 마찬가지로 C > S - K가 성립한다고 기술되어 있다. (1 - p) * dS > (p - r) * K가 성립하는 경우에 항상 성립한다고 되어 있는데, (p - r)이 0보다 작으므로 (1 - p) * dS > (p - r) * K가 성립하는 이유는 알겠는데 그게 왜 C = p * (uS - K)가 S - K 보다 크다는 것에 대한 설명이 되는지는 이해를 하지 못하였다. 이 부분은 혹시 아시는 분 있으면 알려주시면 너무너무너무 감사하겠습니다.
어쨌거나 결국 1기간 뒤에 콜옵션가치를 할인한 현재 시점의 콜옵션의 보유가치는 현재 시점에 콜옵션을 행사하는 기대값보다 크다는 내용을 설명한 것이고, 이렇게 되는 경우 아메리칸 콜옵션과 유러피언 콜옵션의 결과값이 동일하게 된다. 연역적으로 증명할 능력이 안되어서 모델을 만들어서 입력변수를 몇개 바꾸면서 해보았는데, 진짜로 그러했다(아메리칸 콜옵션의 가치와 유러피언 콜옵션의 가치가 모든 시점에서 동일하였음). 진짜로 그러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뭔가를 크게 잘 못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 궁금증을 혹시라도 이 블로그를 보시게 되는 현자께서 풀어주시면 너무너무너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 글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CRR 이항모형(행사가격이 불변인 가장 일반적인 옵션 평가 이항모형)에서는 옵션 행사시의 가치가 옵션 보유시의 가치보다 큰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
(2) 따라서 CRR 이항모형이 아메리칸 옵션을 구현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큰 오해이다(좀 더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아마도 아메리칸 옵션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 이미 입증이 되었는데, 학문적으로 전공하지 않은 내가 그것을 모를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을 것이지만 말이다).
(3) 만약 CRR 논문 내용과 같이 콜옵션의 보유가치가 항상 행사가치보다 큰 것이 맞다면 왜 이항모형이 아메리칸옵션을 구현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인가?
(4) uS > K > dS인 경우에 왜 C > S - K가 성립하는지는 누가 증명 좀 해주시면 너무너무너무 감사하겠습니다.
글을 읽게 되시는 분들의 이해를 위하여 논문 원문을 첨부합니다.